
근래 들어서 본의 아니게 <아무튼 시리즈>를 많이 읽고 있다. 퇴사할 때 직장 동료분께 선물 받았던 <아무튼, 여름>을 시작으로 하나씩 읽어나가는 중!
두 번째로는 독서모임 덕분에 <아무튼, 계속>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보통 독서모임은 다 같이 한 권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보통이지만 내가 속한 독서모임에서 이번에는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본인이 읽고 싶은 주제를 골라 각자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고, 부지런한 삶을 살길 원하는 나는 알라딘에서 주욱- 훑어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고,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끌렸다. 기쁘게도, 내가 사는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 이 책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
<아무튼, 계속>은 TV 칼럼니스트인 김교석 저자가 쓴 책인데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을 각각의 스케줄에 맞게 사는 혼자 사는 사람의 철저한 루틴 글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생각보다 완고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켜가는 이야기에 '이 사람... 굉장히... 지독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 적잖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독하다'는 것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의 삶을 평정하게 유지해나가려는 모습이 너무나 굳건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
p.23
그러면서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는 아예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앞으로 있을지 모를' 내 연애를 진지하게 걱정해주시곤 했다. 왜 그렇게 당연하게 솔로라고 생각하셨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미있어)
p.33
대신 외모부터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일상성을 갖추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어제 봤는지 며칠 전에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도록 낮은 존재감을 체화하는 것이 항상성을 지속시키는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지독함의 시작1)
p.34
이런 작은 시련을 겪기는 했지만 그 후에도 나는 단 한 번도 닌자의 정체성을 잊은 적이 없다. 그 덕분에 어느 자리를 가든, 어느 모임에 참석하든 미미한 존재감을 획득할 수 있었다. 분명 함께 그 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었지만 몇 달 후, 혹은 1년 후 같은 모임에 가면 왜 지난번에 안 왔느냐고 다들 반가워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나는 한쪽 구석 어딘가에 놓여 있던 흔하디 흔한 산세비에리아 화분과 마찬가지인 거다.
(지독함의 시작 2)
p.35
가장 경계하는 일은 새 옷을 입은 첫날 들키는 것이다.
(지독함의 절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통 무조건 새 옷은 들키기를 바라는데... 이 분은 진짜 찐이야ㅠㅠㅋㅋㅋㅋㅋㅋ닌자정신..!!)
p.45
하지만 이 거친 세상을 뚫고 살아갈 송곳이 되기엔 뭉툭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p.47
1인 가구를 주제로 하는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오리 새끼> 같은 관찰 예능을 보면 가끔 불 꺼진 집 창문을 올려다보며 외로움의 감정을 전시하는데, 나는 감상에 젖어 그런 궁상을 떨 시간에 집에 가자마자 정리할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순서나 동선을 짜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진짜 맞는 말인 것 같다. 요새 느끼는 건데 감상에만 젖어있는다고 바뀌는 일은 하나도 없다. 감상에 젖더라도 얼른 해야 할 일은 하는 게 좋다. 그래야만 0.1이라도 바뀐다. 그리고 계속 다른 걸 해나갈 동력을 얻는다.)
p.48
그렇게 되면 성실함은 맛있어서 먹다 보니 자연히 찐 살처럼 그냥 따라오게 될 것이다.
p.61
아버지 표현을 빌리자면 젊은 애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맥락의 말을 들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시대가 온 것 같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아직 아닌가).
p.75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피해야 할 세 가지>
1. 각종 모임과 술자리
원래는 '사람'이라고 쓰려다 '모임'으로 바꿨다.
(나 진짜 이거 읽다가 너무 공감돼서...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문장에 한참을 낄낄댔다)
p.78
마치 새로운 커트러리가 발명된 것처럼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수저와 함께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나의 숙적, 인스타그램.... 인스타 중독인 것 같아서 정말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인스타는 생각보다 굉장히 쓸모 있는 SNS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다는 단점...ㅠㅠ)
앞부분의 이야기들은 깔깔대면서 계속 읽어나갔는데 뒷 부분에 장난감, 미국 NBA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는 아무래도 내가 관심이 없는 부분이고 하니 흥미도가 뚝 떨어졌다... 책의 뒷쪽에 그런 주제들을 실은 저자의 애정은 알겠다만... 나에게는 앞부분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뒷심이 부족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책의 두께에 비하면 상당수의 포스트잇을 획득한 책에다가 앞 부분의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고, 본받고 싶은 책이었기 때문에
평생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책은 친구들에게 빌려주더라도, 꼭 다시 돌려받을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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