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말부터 시작했던 에세이 워크샵이 오늘로 끝이 났다. 선착순 10명이었던 워크샵은 결국엔 4명뿐이었지만... :)
퇴사 후 한 달이 다 되어 갈 때 즈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빠르게 신청한 무료 워크샵. 2020년 더숲의 상주작가로 선정된 권민경 시인과 함께했다.
첫 시간에는 권민경 시인께서 가져오신 에세이를 읽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사실 에세이를 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을 쓸까, 어떤 생각을 할까'가 궁금했던 나는 첫 시간엔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두 번째 시간부터는 수강생들이 각자 에세이를 써오고,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생겼는데 그 날의 요상꼬리한 마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냥 단순하게 다양한 사람들과 글을 읽고 싶었을 뿐 글쓰기에 흥미를 잃은 나는 선생님들의 글에 대한 태도에 많이 놀랐다. 작가가 되고 싶어 직장을 다니면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생활을 지속하신 선생님,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 쓰는 수업이면 듣는다는 선생님, 또 한 때 나도 꿈꿨던 일을 실현하며 꿈꾸고 있는 선생님. 이제는 식을 대로 식어버린 나는 그분들의 열정과 지속되고 있는 꿈이 존경스러웠다.
세 번째 시간에도 다른 수강생들이 써와야했는데, 마지막 주에는 개인 일정으로 글 쓰는 데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자원해서 써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역시, 하기 싫은 건 끝까지 미뤄야 제맛.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뤄도 예전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에세이는 나를 드러내야 하는 글인데 요즘 나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아서 주제를 하나 정하는 데에도 한참을 고민을 했다. 마땅한 주제가 없다면 '여름'을 주제로 써오라고 하셨는데 괜히 알량한 자존심에 그건 또 싫었다.
그래서 예전에 썼던 에세이를 다시 봤다. 한창 사진 수업을 갓 들을 때, 나를 알아보겠다고 썼던 에세이였는데 지금 보니 역시 많이 부족한 글이었다. 새삼, 그 글을 읽고 설문조사에 응해준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아무튼, 마감 시간까지 결국 메일을 보내지 못한 나는 예전에 썼던 에세이를 다시 손봤다. '절반 휴머니스트'라는 제목의 에세인데... 맘에 들지 않으면서도 굳이 또 퇴고를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 퇴고가 얼마나 길어질지 예상됐기에.
사실 에세이를 제출하고, 발표해야했던 기간에 나는 굉장히 무기력했다. 발표를 하는 것도 너무 싫었고, 기껏 일주일에 두 번 가는 개발 학원도 두 번 모두 가지 않았다. 비를 유독 싫어하고 햇빛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이미 오래 지속된 장마에 해를 보지 못한 식물처럼 고개를 숙여가고 있었다. 이상한 기운이었다. 그 전 주에는 두 명의 친구를 만나 각각의 시간을 보냈는데 둘 다 사회에 처음 발을 디뎌보려고 하는 친구들이라 내가 오히려 위로를 많이 하고 왔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진이 빠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서 노트북을 챙겨 미리 더숲으로 갔다. 그동안 듣지 않았던 인강도 들었다. 결국 발표의 시간은 다가왔다. '결석할까? 그냥 글만 보내고 가지 말까? 안 써왔다고 할까?' 마음 속으로 오만 생각을 다했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글을 읽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써오기로 했던 선생님들이 글을 안 써서 결석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내 글을 읽어주실 분들은 네 분 밖에 없었다.
선생님들이 내 글을 읽고 말해주셨던 아쉬운 점은 퇴고할 때, 프린트를 다 하고 나서도 생각했던 것과 똑같았다. 그렇지만 결국 글을 수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별로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런데 아쉬운 점 말고도 좋은 점도 많이 이야기해주셨다. 어떤 표현이 좋다던지, 글이 깔끔하다던지 하는... 그런 칭찬들. 오랜만에 그런 칭찬들을 들어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쌩판 모르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이런 이야기를 해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일주일 뒤인 오늘. 발표하지 않아도 되는 나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워크샵에 참여했다. 10명이어서 두 세미나실을 꽉 채웠던 사람들은 한 테이블도 채우기 어려운 4명이 되었지만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마지막 선생님의 글을 읽을 수 있었고, 한 선생님이 다시 써오신 글을 읽어볼 수도 있었다. 또, 아주 재미있는 글과 작가를 알게 되었다.
민음사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송지현 작가의 [송지현의 동해 생활] 이라는 에세이 중 5,6번 째인 "취미의 왕" 시리즈다. ( https://blog.naver.com/minumworld/221778486476 - 권민경 시인께서 가져와주셨다.) 온갖 취미를 찾아 다니지만 처음에만 항상 난리부르스고, 마지막 끝맺음은 잘 맺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워크샵도 나는 중간에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중간에 빠졌다면 마지막은 괜히 멋쩍어서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무료인 프로그램이라지만 어떤 사람은 금액을 지불하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프로그램일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이 프로그램에 진심일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이 프로그램이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나한테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잘 마무리한 워크샵? (처음이 아닐 수 있지만) 정도로 남기면 좋을까?
참 좋았다.
항상 개발 수업에 다녀오면 현타가 와서 기운이 없어지곤 했는데 여러 글을 읽으면서 다시 힘낼 수 있었다. 그 진심인 마음들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주부터는 어떤 걸로 날 가끔 환기시켜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지만 이번 워크샵은 기분 좋은 여름날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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